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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7 놀다가, 8호
  2. 2013.07.09 <놀다가,> 3호 - 너 지금 어디야?
  3. 2013.05.10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4. 2013.05.01 1호 12P ~ 21P
  5. 2013.05.01 1호 - 왜 태어 났니?
  6. 2013.04.05 쌀 한 톨의 무게 1
  7. 2013.03.30 0.5호

놀다가, 8호

카테고리 없음 2015. 9. 7. 0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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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가 3호.z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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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문화잡지 <놀다가,> 3호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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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난 원래 매사가 삐딱하여, 생일도 아름답게 안 보인다. 우리 솔직해 지기로 하자. 당신의 생일은 몇 살까지 아름다웠나? 


1. 생일풍경 1

   어릴 때 난 선물보다는 생일 케이크를 더 좋아 했다. 지금이야 흔하게 먹는 케이크 이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케이크는 생일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생일케이크에 나이만큼 초를 꽂고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촛불 끄는 걸 정말 해보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우리 가족이 더 가난해 생일 때도 케이크 한 번 제대로 못 먹었었는데, 어느 날 내 생일에(5~6살 쯤 으로 기억한다) 엄마가 생일 케이크를 사는 것이었다. 밤에 아빠가 오시면 같이 촛불을 끄자고. 나는 정말 잘 참았다. 아빠가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아빠는 오지 않았다. 그때는 그 흔한 핸드폰도 없던 시절, 그냥 기다려야만 했다. 엄마는 화가 났고 나와 동생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내 생일은 저물었다. 아빠는 아주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오셨고 다음날 나는 촛불도 끄지 못한 케이크를 그냥 잘라 먹어야 했다. 케이크가 맛있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2. 생일풍경 2

   생일 케이크에 초가 켜 있고 옆에는 탄산음료수와 과자들. 가운데 생일 맞은 사람이 머리에 고깔모자를 쓰고 서있고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며 사람들이 서 있다. 눈웃음, 혹은 미소, 혹은 이빨을 환히 내보이고 웃으며 양손은 생일 맞은 사람에게로 내민다. 생일 맞은 사람 역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양손을 내밀어 화답한다. 그리고 노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데,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3. 생일 풍경 3

   요즘도 생일 맞은 친구와 함께 케이크를 사들고 술집, 혹은 커피숍으로 가는 일은 흔한 일이다. 십여 년 전. 커피숍이나 술집에서 생일 축하를 할 때면 대한민국 20세기 문화시민으로 가져야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케이크는 최대한 큰 것으로 준비한다.

  (2) 친구들은 최대한 많이 모은다.

  (3) 술집이나 커피숍 카운터에 생일 축하 노래를 신청한다. 단! ‘터보’ 의 생일축하곡 이어야 한다. (하긴 그 당시 알바들은 모두 ‘터보’ 의 생일 축하곡을 틀었다. 그건 센스가 아니라 진리였다.) 

  (4) 노래가 나오면 술집이나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던 대화를 멈추고 박수를 쳐야 한다. (뭐,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있다. 음악이 스피커 찢어져라 터져 나오니......시끄러워 대화를 할 수가 없다.)

  (5)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생일 맞은 사람은 노래가 끝나면 촛불을 끄고 축하를 받으며 생일케이크를 한 조각씩 자른 후 앞 접시에 담아 주위에 가까운 테이블에 최대한 많이 서비스한다. 이때! 알바들에게는 가장 큰 조각 하나를 갖다 주는 걸 절대 잊지 말도록 한다.(이렇게 하면 꽤 높은 확률로 서비스 안주 혹은 메뉴가 나온다.)


4. 관점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혹은 보여준다)’ 라는 말은 얼핏 보면 상하좌우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완전히 객관적인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완전히 객관적’ 이란 것 자체가 하나의 관점이다. ‘있는 그대로’ 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 를 ‘있는 그대로’ 를 보여줄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5. 가난한 사랑노래  

   UMC의 <가난한 사랑노래> 라는 곡이다. 가사를 먼저 보기로 하자. (가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맞춤법을 무시했음.)


vrs 1

잊혀질만하면 나타나

너의 자취 방안을 담배연기와 소주의 쓰디쓴 습기로 가득 채우고는

곧바로 쳐다보지 않고 피곤한 듯 충혈 된 눈으로

나를 외면하는 거부하는 몸짓을

굵은 팔뚝으로 꼭 붙들어놓고 사랑한다고

준비했던 수식어나 농담 같은 것들

결국 모두 잊은 채로 터프한척 딱 한마디


오빠가 생각해 봐도 그런 것 이제 정말 지겨울것 같아

여기서 일하면서 보니까 말이야

샴페인 안에 반지를 넣어둔다거나

아니면 꽃을 만땅 채워놓고 차 트렁크를 열게 하거나

정말로 멋진 방법들이 많고 많던데

꽃을 그렇게 살려면 이 달 방세는 포기야

차는 빌려 쓴대두 방은 빼줘야 되는데

같이 살고야 싶지만 먼저 고백을 멋지게 해야지

그치만 시간이 있을까 싶어

너는 하루에 열 시간

오빠는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하면서 지나가고

한달에 이틀을 쉬는데

누워서 TV를 보던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게 되더라

어쨋건 마음만은 제발 받아달라는

구질구질한 말들은 이제 하고 싶지도 않다

친구들 만나면 재밌게 잘 놀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chorus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vrs 2

니가 직장을 얻게 된게 오빤 너무나 기뻐

원래 그 회산 이쁜 경리를 좋아한다는데

사진성형 같은 건 생각도 안해 봤지만

니가 채용된건 정말 당연한거라고 봐

부장님이 자꾸 눈길 줘도 신경 쓰지마

원래 너처럼 이쁜 애들은 팔자가 다 그래

오죽하면 부대 앞에 식당에서 오빠가 널 꼬셨겠니?

서울 따라온거 후회는 않지?


특별히 니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밥만 먹어도 느낄 수 있는게 있어

니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반찬을 내가 먹어치우면

웃길것도 없는데 미소가 스쳐 지나가

추석날 너 고향 내려갈 때 줄까하고

선물하나 산 적이 있었어

지갑인데 역 앞에서 오토바이가 채갔다

포장지가 비싸길래 포장 못했던 게 문제였어

안에 편지를 잔뜩 써놨더니

돈이 많이 들어간줄 알고 털었나봐

세탁소에서 빌려 입었던 정장이 어울리기는 했나 보드라

부티가 났나봐.. 별로였나?


가난은 남자를 심각하게 약해지도록 만들지만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은 더욱 나약하다는거 알고는 있지만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chorus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vrs 3

눈이 꽤나 많이 오는 바람에

지난 겨울엔 걷기만 해도 분위기 괜찮았었는데

넌 잠깐 운적이 있었지

먹고살기 위해서만 사는게 이젠 지겹다고

오늘 너한테 술 꼬장만 진탕하고 아무것도 못 내밀고

집으로 돌아올래니까 니 생각이 또 난다

그치만 우리한테 자유가 없진 않아

우린 잡일하는 기계는 아니야


작년여름 피자집에서 일하고 있을때

배달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날 끌어안고 미친듯이 소리치던 넌 정말 예뻤어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순 없어

남자라면은 누구나 자기 여자에게

사치스러운 아름다움을 주고 싶어해


옥상에서 빨래를 너는 니 옆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 알고 있어도 그래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6. 가난한 사랑노래 

   UMC의 첫 앨범 [XS1]에 수록된 이 곡은 지금 내 주위를 있는 그대로,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사랑노래 중 이 노래 보다 현실적인 노래는 없다고 본다.(있다면 추천해 보시길!)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적나라해서 섬뜩할 정도다. 이 노래는 바로 나의 이야기 이며 우리 동네 누나, 동생, 형들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고 내가 비슷하게 겪어왔던 모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춘들이 이런 풍경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건 아니고? 


7. 사랑노래

   지금 당신의 MP3 안에 들어 있는 사랑노래 몇 곡을 뒤져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것. 흔히 듣고 있는 사랑노래 들은 ‘감정’ 을 표현하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대중가요가 정작 대중의 ‘이야기’ 를 담고 있지 않다.

   <가난한 사랑노래>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절절한 현실과 속 마음을 잔인할 정도로 섬세하게 보여 주는 노래는 거의 없다. 지금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랑 노래들은 “그대가 너무 좋아 미치겠어” “그대가 너무 멋있고(혹은 예뻐/섹시/멋져서) 미치겠어” “그대가 없으면 내 삶은 없어(혹은 그러므로 널 갖겠어)” 정도로 요약 할 수 있다. 

   이런 노래들이 전혀 쓰잘데기 없다는 게 아니라 이런 노래들만 있으니 쓰잘데기 가 없다는 거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란 것이 당신과 나의 ‘이야기’이고 서로의 상황과 배경 속에서 끝없이 부딪치고 출렁이는 상호 작용인데 대부분의 사랑노래들엔 ‘이야기’ 도 ‘상황’ 도 ‘상호작용’도 없다. 그냥 격한 감정만 있다. 

   그런데 좀 살아 봐서 알잖은가? 어쭙잖지만, 사랑이란 것이 ‘감정’만으로만 구성 된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이 노래는 더욱 빛나고 이채롭다.


8.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다시 한 번 위의 가사를 묵상 해 보시길 바란다. 나는 이 가사를 천천히 읽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노래의 진정한 킬링라인은 뭐니 뭐니 해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짧은 말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생략을 담고 있다. 비루하고, 어쩌면 찌질 하기도 하고 뭐 하나 제대로 정해 진 것 없는 쓰나미 앞에 촛불 같은 주인공의 상황을 단칼에 정리하는 말이다. 노래의 주인공은 왜 생일을 연인과 함께 보낼 수 없었을까? 야근 때문일 수도 있고 쓸데없는 자존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내 생일, 혹은 연인(친구)의 생일에 야근을 해야 하는가? 왜 세상은 우리에게 쓸데없는 자존심을 가지게 만드는가? 왜 세상은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혼을 비참하게 만드는가? 이유를 알려 하지는 말자. 단지 질문을 던지자. 예술의 기능중 하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고 세상 모든 행동의 시작은 질문으로부터 출발하니까.


8′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오늘은 니 생일 이잖아” 같은 말이지만 다른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부모님과 내 주위에 나를 아끼던 어른들도 내게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평소에 잘 놀아주지 못하고, 갖고 싶은 것 다 사주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 다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안쓰러움. 또 해주지 못하는(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질책들. 그 수많은 생략들을 오직 생일날엔 속 시원히 말씀 하셨던 것 같다.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하고. 

마치 창조주가 인간에게 이야기 하듯.



(퍼가기 허용이 안돼 아쉽지만, 꼭 클릭해서 보시길 권합니다. 제 생각엔 원곡보다 이 라이브 버전이 더 좋군요.)


_거의편집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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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12P ~ 21P

1호 - 생일 2013. 5. 1. 1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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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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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날을 격하게 환영하며!! 


차례

여는글 ----- 7

주제파악 ----- 8

<놀다 설문> 당신의 생일 선물에 대한 단상 ----- 9

<놀다가 책> - 생일 날 책 선물 하는 것에 대하여 ----- 12

<놀다가 음악> -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 15

<놀다가 아트> - 생일 또 다른 생일 ----- 22

<놀다가 영화> - 생의 쓸쓸함에 대하여 ----- 29

쓸데 없는것 배우기 - 손뜨게 가방 ----- 34

산초의 방구석 탐방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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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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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톨의 무게

0.5호 2013. 4. 5. 11:36 |



0.

이 글에서는 흔히 말하는 ‘찬양’ 이라는 단어들은 ‘노래’로 바꾸어 썼다. 이유는 ‘노래’는 ‘노래’ 이지만 ‘찬양’이 꼭 노래만은 아니니까.


1.

사실, 이글은 ‘부활절에 더 이상 듣지(혹은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 노래들’ 이라는 주제로 쓰려 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교회를 20년 넘게 다닌 나에게, 교회 사역도 남부럽지 않게 해본 나에게도 부활절에 더 이상 듣고 싶지 혹은 부르고 싶지 않은 노래는 좀처럼 떠오르질 않았다. 그렇다고 부활절 즈음에 들려지고 부르는 노래가 흠 잡을 데 없이 좋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부활절 노래가 별로 없는 것이다. 당신도 이 시점에서 잠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부활절’ 하면 딱 하고 떠오르는 노래가 몇 곡이나 되는지. 많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혹시 고난주간 노래를 부활절 노래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가 부활절 하면 쉽게 떠오르는 노래들은 대부분 고난주간의 노래들일 경우가 많다. 부활절 당일 날 우리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곡이나 되는가. 내 추억을 좀 더듬어 봐도 부활절 당일에 부를 수 있는 노래, 별로 없었다.


2.

생각해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우리는 부활을 별로 묵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교회의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있다. 우리는 다이어트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가씨처럼 부활절 당일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대 날을 기다리는 말년병장처럼 부활을 기다리기 때문이다.(하긴..... 이렇게 간절하지도 않지....) 일단 부활절에 도달하면 결승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부활절이 되기 40일 전부터 우리에겐 고난의 옷이 씌워진다.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는 금식, 금주, 금연에 쇼핑과 TV, 인터넷 등등 소위 말하는 세상의 쾌락을 멀리 하기를 권유받는다. 우리는 40일 동안은 안했으면 하는 것들을 정확히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맘에 뭔가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어떤 날들보다 ‘죄’ 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야 하는 기간이다.

그래서 부활절 당일은 그 모든 짐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짐이 한순간에 확 벗어지는 날이다. 무언가 끝이 나는 날이다. 부활이 새로운 시작이 아닌 무겁고 어두운 무언가에서 해방되는 날, 그동안의 쓴 고난을 끝내는 날이기에, 그날이 도달하면 그걸로 끝난다. 방학이 시작되면 더 이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3.

부활 전에 우리는 고난에 관해 쓰디쓰게 묵상하고 못이 박히게 이야기 듣지만 부활 후 에는 믿어야 하는 믿기 힘든 생물학적 부활만이 강조된다. 사셨네 사셨네 예수 다시 사셨네 하고 끝인 거다. 마치 빚을 다 갚은 채무자처럼. 아무것도 없다. 삶은 계란이나 먹으며 엠마오 마을로 가던 두 제자 이야기나 듣는 것이다. 부활이 영광이고 기쁨이라면서 왜 부활이 영광이고 기쁨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수식어로 끝인 거다. 고난주간처럼 부활에 구체적으로 우리가 권유 받는 행동이나 규약도 없다. 전도사님들과 교회 청년부 임원들은 부활절 행사를 끝내니 얼마나 좋을까. 그뿐이다.


4.

그러고 보면 교회는 해 보라는 건 없고 하지 말라는 것만 많다.


5.

그래서! 뭔가 해보라 말하고 싶다. 한 가지 제안하고 한다. 교회 높으신 분이 아니 하시니 낮고 비천한 내가 제안해본다. 이제는 고난의 길이와 부활의 길이가 같았으면 좋겠다. 부활절 전에 40일을 챙겼으면 부활절 후도 40일 챙기자. 너무 길면, 사순절의 기간을 단 한 주로 대폭 줄이고 부활절 후도 똑같이 한주를 챙기던지.

자, 그럼, 부활절엔 뭘 묵상할까? 나는 ‘생명’부터 묵상해 봤으면 좋겠다.(도대체 ‘생명’을 부활절에 묵상하지 않으면 언제 묵상하나?) 그저 무덤에 들어갔다가 3일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도식화된 생명 말고, 우리 세상을 당신 주위를 흐르고 있는 수많은 죽음과 부활들을 묵상해 보자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삶들이 태어나고 죽어 간다. 인간은 물론이고, 식물, 동물, 자연 하늘의 별들 까지도 제각기 각자에 자리에서에서 살다가 죽어 간다. 심지어 당신 몸 안에 세포들도 당신의 생명을 위해 죽는다. 이런 무한한 생명의 신비를 고난-죽음-부활-승천-영생 같은 도식으로만 낭비하지 말자는 말이다.

한 가지 덧 붙여, 죽음이나 생명이 꼭 생물학적으로만 발생하는가? 우리시대에 편만한 돈 만능주의는(돈 파시즘?) ‘나면서부터 소경인 자’ 혹은 ‘12년 동안 혈루 병 않은 여인’ 을 아주 손쉽게 ‘나면서부터 돈 없는 자’ 와 ‘12년 동안 빚더미에 시달리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는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사람은 넘쳐 나는데 교회는 그 문제에 대해 무감각 하다. 마치 좀비처럼. 그리고 기도만 한다. 뭘? 어떻게 기도 하라고? ‘원컨대 내게 복에 복을 더 하사...’


6.

부활절에 묵상할만한 노래를 한 곡 추천한다. 홍순관의 [춤추는 평화]앨범의 수록곡 <쌀 한톨 의 무게> 라는 곡이다. 이 앨범은 현재 구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노래와 이야기 Live - 춤추는 평화 (엄마나라 이야기)]라는 앨범으로 음원을 다운 받을 수 있으며 그 음반 안에 이곡이 수록 돼 있다. 가사를 살펴보자. 최대한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쌀 한 톨의 무게 (홍순관 글/신현정 곡,편곡)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최대한 천천히 읽었기를 바라면서, 요즘 우리 가요는 물론 교회노래도 ‘시’를 잃어 버렸다. 요즘 노래들에서는 정말 시적을 가사를 찾기가 너무 드물다. 아니, 거의 불가능 하다. 그렇기에 이곡은 정말 보물이 아닐까 싶다.

이 아름다운 가사에 더 무언가를 보태고 싶지는 않다. 쌀 한 톨에서 시작해 생명, 평화, 농부를 거쳐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홍순관님의 묵상은 정말이지 깊다. 지금껏 살면서 쌀 한 톨의 무게를, 아니 쌀 한 톨을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 볼 생각조차 못해봤던 나로서는 실로 충격적인 묵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가사처럼 우리는 우주를 매일 밥 먹듯이 먹고 있는 것이다. 조그만 쌀 한 톨,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놔도 무게를 느낄 수도 없는 그 가볍고 조그만 쌀 한 톨이 지금 당신과 나를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는 쌀 한 톨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 노래를 들어보기로 하자. 아니, 부활절이 되기 하루 전날 밤도 좋겠다. 3분 29초 동안의 무게는 또 얼마나 될까.


0′

그러니까, 밥 남기지 말자. 남길 것 같으면 애초에 덜고 먹던지!

_거의 편집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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