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가 음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6.07 나는 우리 사이를 깨달았어. [놀다가 음악]
  2. 2013.05.10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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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수많은 ‘사이’ 가운데 ‘사람과 사람 사이’ 만큼 공사다망한 사이가 또 있을까? 그 ‘사이’ 에 관해 생각나는 몇 곡을 골라 봤다. 내 맘대로.


1. oasis - let there be love


밴드 oasis. 담배 땡기시는게 형님, 맨 앞 선그라스가 아우님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참 많이도 들으면서 자랐던 말이다. 어릴 적 나는 한 살 터울의 동생과 정말 많이 싸웠다. 사춘기 즈음 가서는 서로 거의 말을 안 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때는 솔직히 동생보다 친구들이 더 좋았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된 후부터 급속도로 다시 가까워 졌다. 같이 술 한 잔 하다 보니 그동안 감정들은 눈 녹듯 사라졌다. 요즘은 싸우지 않는다. 뭐, 싸울 일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와 동생의 사이가 ‘친하다’ 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남자이고 내 동생도 남자이다. 나와 내 동생만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형제끼리 ‘친하다’ 고 말하기엔 좀 그렇다. 서로 살갑게 뭘 챙기는 것도 아니고, 서로 결혼하고 밥벌이 하러 다니니까 얼굴보기도 힘들다. 그저 가끔 전화해서 안부나 묻고 가끔 만나서 별 말 없이 소주나 한 잔 하고 그런 사이다. ‘친하다’ 고 말하기 좀 그렇다고 해서 사이가 나쁜 건 또 절대 아니다. 정확하게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친한 관계’ 와 ‘안 좋은 관계’의 사이 어디쯤이 나와 내 동생의 관계다. 이것이 꼭 형제 사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당신은 당당하게 자매, 혹은 남매 관계를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부모님들과의 관계는? 피를 나눈 가족의 사이는 참 미묘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oasis (오아시스)’ 라는 밴드가 있다. 7,000만 장(95년경 한 언론사는 “영국에서는 3가구 중 한 가구 꼴로 오아시스 앨범을 가지고 있다”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이 넘는 앨범을 팔아치우고, 8개의 영국 넘버1 싱글을 가진 슈퍼 록 스타다. 워낙 유명한 밴드


이니 따로 소개 하지 않기로 한다. 그보다 밴드의 주축이 되는 ‘노엘 갤러거’ 와 ‘리암 갤러거’ 형제는 음악적 성취 외에도 형제간의 잦은 다툼과 ‘불화(不和)’ 로 신문을 장식하는 일이 많았다. 2009년 8월경 형인 ‘노엘 갤러거’ 가 “리엄(동생) 과는 하루라도 더 함께 일할 수 없다” 며 밴드를 탈퇴 해 일단 해체가 되었는데(사실, 다시 합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사람 일 이란 게 모르는 거니까 나는 ‘일단’ 이라 표현 하겠다.) 그 해체의 이유에도 형제간 불화의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언론에서 호들갑 떨고, 부풀려진 부분도 있겠지만, 이들 형제의 사이는 별로 좋지 못했던 거 같다. 그래도 91년 결성돼  20년이 가까워 오도록 같이 활동 하면서 서로에게 좀 너그러워 질 만도 한데 그게 참 쉽게 안 되나 보다. 서로 안 맞는 건 하나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본다. 덕분엔 우리는 커다란 록 밴드 하나를 잃었다.(ㅠㅠ ×100)

   이 밴드의 노래는 메인 보컬인 리엄 갤러거가 대부분 불렀는데(노엘 갤러거가 부른 곡들도 꽤 있다) 그중 <let there be love>란 곡은 매우 드물게 형제가 같이 불렀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는 건 아니고 앞부분 뒷부분 나누어서 따로 불렀다.가사도 말랑말랑하고 곡 자체도 느리고 조용한 곡이니 록음악 싫어하시는 분들도 좋은 팝송 듣는 샘 치고 시도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노엘의 어록 한 줄을 옮긴다. 부디 모두의 부모, 형제, 자매, 남매님들 사이에 사랑이 있으시길.


“어린 시절부터 나와 리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웠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2. 윤상 - 벽 / 김윤아 - 담 































김윤아의 솔로 1집. 초판에는 무려 100페이지가 넘는 에세이집도 포함 돼 있었다. 이 앨범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삽입곡 <봄날은 간다>도 수록되어 있다.


   


















윤상의 1996년작 [Renacimiento].이 앨범에서 <벽> 과 <배반>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윤상의 예전 곡들을 외국가수들이 외국어로 리메이크해 실었다. 익숙한 곡들을 굉장히 새롭게 다가오게 했던 걸작 앨범이라 생각한다.



“Quelques rimes, pour vous dire  Je vous aime sans dilemne  미안해, 모르겠어, 무슨 말을 하는지” 

-윤상 <벽>-


“우리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내가 하는 말이 당신에게 가닿지 않아요” 

-김윤아 <담>-

   삶을 살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 ‘벽(담)’을 맞이하게 될 때가 있다. 


   2008년 6월에는 거의 전 국민이 벽을 맞이해야 했었다. 당시 대통령 이었던 이명박씨가 국민들을 상대로 담을 쌓아 올렸다. 이른바 ‘명박 산성’ 사건이다. 그 사건은 시위하던 사람들을 막기 위한 물리적인 바리케이트 이상의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지금 광화문에 건테이너 박스는 사라졌지만, 그때 쌓은 벽은 아직 허물어 질 줄 모른다.


   휴전선도 하나의 거대한 벽이다. 이미 너무 높은 벽이다. 풀기 힘든 숙제이고, 그 숙제는 다음 세대에게 떠 넘겨야 할 것 같다.


   이스라엘엔 분리장벽이 있다. 8m 높이의 견고한 콘크리트 벽은 분리 되어선 안 되는 인간성마저 분리시켜 버렸다.

   

   나는 교회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벽을 느끼곤 한다.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하나님의 뜻’ 이 있을 거라는, ‘인간이 알 수 없는 하나님의 깊은 뜻’ 이 있을 거라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벽이다. 모든 문제를 하나님의 뜻으로 돌리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는다. “닥쳐!” 와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야” 라는 말은 결국 같은 말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웃는 얼굴로 “닥쳐!” 라고 말하고 싶다면 한 번 써먹어 보시길 추천한다. 참고로 “기도해 줄게” 라는 말도 효과 적일 것이다.


   긍정적인 벽도 있다. 회사의 파티션은 나의 자리, 나의 은밀한 안락을 보호해 주는 아름다운 벽이다. 그런 벽은 높을수록 좋지 않을까? 


3. Belle & Sebastian - Im waking up to us


2001년 <I’m waking up to us> 싱글 표지. 표지 자체는 러블리 하다 

   

   혹시 이 밴드를 아신다면 음악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물론, 뭐 우연히 알게 됐을 수도 있지만.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이 밴드는 밴드라기 보단 작은 악단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멤버도 일반적인 밴드(주로 3명~5명)보다 많고(2010년 앨범 기준으로 7명) 악기 구성도 트럼펫이나 바이올린 같은 클래식 악기를 적극 활용하는 면도 독특하다 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좀 슬픈 말 이기도 한 <Im waking up to us>란 곡은 이들의 2001년도 싱글앨범에 담긴 곡이다. 2005년에 나온 싱글 모음집 [Push Barman To Open Old Wounds] 앨범에서도 만날 수는 있지만 이 앨범은 품절돼 구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CD로 구하려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 근데, 진짜 좋다!! 이 앨범!!)


   이곡은 사연이 좀 있다. 밴드의 멤버인 스튜어트 머독이 연인 사이 ‘였던’ 같은 밴드의 맴버 이소벨 켐벨에게 주는 곡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곡의 내용이 러블리 하지 않다는 것이 반전이다. 이곡은 아마도 헤어지고 나서 이것 저것 정리하는 맘으로 쓴 것 같다. 아니면 헤어지기 거의 직전에 쓰였거나. 그러다 보니 곡 내용이 우울하고 삐딱하다. 찌질함마저 느껴지기도 하고. 대놓고 이렇게 만드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그 마음 존중해 주기로 하자. 솔직한 맘을 노래로 담는다는게 쉬운일은 아닐테니까. 재미있는 건 2002년에 팀을 탈퇴한 이소벨 켐벨은 2004년 자신의 솔로 앨범 [Amorino]를 발표 하는데, 그 앨범 안에는 <Im waking up to us>의 답가인 <Monologue For An Old True Love>가 실려 있다. 참으로 창의적인 남녀가 아닐 수 없다. 사랑에 대한 사후처리와 애도를 이런 식으로 하다니!!! 


   <Im waking up to us>는 가사가 긴 곡이므로(할 말이 많았나 보다) 곡 중에서 가장 찌질 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좀 옮기며 이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찌질 하긴 한데, 좀 슬프기도 하다.


i need someone to take some joy in something i do

you need a man who’s either rich or losing a screw


you know i love you here’s the irony

you’re going to walk away intact

i think you never liked me anyway

you like yourself and you like

men to kiss your arse

expensive clothes

please stop me there

i think i’m waking up to us  (하략)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나만큼 즐거워 해줄 사람을 원하는데 

너한텐 부자이거나 어딘가 망가지고 있는 남자가 필요하지

그리고 넌 내가 그런 널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지

그게 아이러니야

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떠나가겠지

어쨌거나 넌 애초부터 날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게 내 생각이거든

네가 좋아하는 건 네 자신 그리고 너한테 아첨 떠는 남자들 

그리고 비싼 옷들

부탁인데 거기까지만!

나 이제 우리 관계가 어떤 거였는지 서서히 깨닫는 거 같아.

(하략)  번역 : 성문영

  _거의 편집장_




사진출처 :  http://www.oasisinet.com/  

                http://www.belleandsebastian.com/

참고한 자료 : oasis, belle and sebastian 앨범들 속 해설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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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원래 매사가 삐딱하여, 생일도 아름답게 안 보인다. 우리 솔직해 지기로 하자. 당신의 생일은 몇 살까지 아름다웠나? 


1. 생일풍경 1

   어릴 때 난 선물보다는 생일 케이크를 더 좋아 했다. 지금이야 흔하게 먹는 케이크 이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케이크는 생일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생일케이크에 나이만큼 초를 꽂고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촛불 끄는 걸 정말 해보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우리 가족이 더 가난해 생일 때도 케이크 한 번 제대로 못 먹었었는데, 어느 날 내 생일에(5~6살 쯤 으로 기억한다) 엄마가 생일 케이크를 사는 것이었다. 밤에 아빠가 오시면 같이 촛불을 끄자고. 나는 정말 잘 참았다. 아빠가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아빠는 오지 않았다. 그때는 그 흔한 핸드폰도 없던 시절, 그냥 기다려야만 했다. 엄마는 화가 났고 나와 동생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내 생일은 저물었다. 아빠는 아주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오셨고 다음날 나는 촛불도 끄지 못한 케이크를 그냥 잘라 먹어야 했다. 케이크가 맛있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2. 생일풍경 2

   생일 케이크에 초가 켜 있고 옆에는 탄산음료수와 과자들. 가운데 생일 맞은 사람이 머리에 고깔모자를 쓰고 서있고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며 사람들이 서 있다. 눈웃음, 혹은 미소, 혹은 이빨을 환히 내보이고 웃으며 양손은 생일 맞은 사람에게로 내민다. 생일 맞은 사람 역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양손을 내밀어 화답한다. 그리고 노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데,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3. 생일 풍경 3

   요즘도 생일 맞은 친구와 함께 케이크를 사들고 술집, 혹은 커피숍으로 가는 일은 흔한 일이다. 십여 년 전. 커피숍이나 술집에서 생일 축하를 할 때면 대한민국 20세기 문화시민으로 가져야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케이크는 최대한 큰 것으로 준비한다.

  (2) 친구들은 최대한 많이 모은다.

  (3) 술집이나 커피숍 카운터에 생일 축하 노래를 신청한다. 단! ‘터보’ 의 생일축하곡 이어야 한다. (하긴 그 당시 알바들은 모두 ‘터보’ 의 생일 축하곡을 틀었다. 그건 센스가 아니라 진리였다.) 

  (4) 노래가 나오면 술집이나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던 대화를 멈추고 박수를 쳐야 한다. (뭐,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있다. 음악이 스피커 찢어져라 터져 나오니......시끄러워 대화를 할 수가 없다.)

  (5)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생일 맞은 사람은 노래가 끝나면 촛불을 끄고 축하를 받으며 생일케이크를 한 조각씩 자른 후 앞 접시에 담아 주위에 가까운 테이블에 최대한 많이 서비스한다. 이때! 알바들에게는 가장 큰 조각 하나를 갖다 주는 걸 절대 잊지 말도록 한다.(이렇게 하면 꽤 높은 확률로 서비스 안주 혹은 메뉴가 나온다.)


4. 관점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혹은 보여준다)’ 라는 말은 얼핏 보면 상하좌우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완전히 객관적인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완전히 객관적’ 이란 것 자체가 하나의 관점이다. ‘있는 그대로’ 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 를 ‘있는 그대로’ 를 보여줄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5. 가난한 사랑노래  

   UMC의 <가난한 사랑노래> 라는 곡이다. 가사를 먼저 보기로 하자. (가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맞춤법을 무시했음.)


vrs 1

잊혀질만하면 나타나

너의 자취 방안을 담배연기와 소주의 쓰디쓴 습기로 가득 채우고는

곧바로 쳐다보지 않고 피곤한 듯 충혈 된 눈으로

나를 외면하는 거부하는 몸짓을

굵은 팔뚝으로 꼭 붙들어놓고 사랑한다고

준비했던 수식어나 농담 같은 것들

결국 모두 잊은 채로 터프한척 딱 한마디


오빠가 생각해 봐도 그런 것 이제 정말 지겨울것 같아

여기서 일하면서 보니까 말이야

샴페인 안에 반지를 넣어둔다거나

아니면 꽃을 만땅 채워놓고 차 트렁크를 열게 하거나

정말로 멋진 방법들이 많고 많던데

꽃을 그렇게 살려면 이 달 방세는 포기야

차는 빌려 쓴대두 방은 빼줘야 되는데

같이 살고야 싶지만 먼저 고백을 멋지게 해야지

그치만 시간이 있을까 싶어

너는 하루에 열 시간

오빠는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하면서 지나가고

한달에 이틀을 쉬는데

누워서 TV를 보던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게 되더라

어쨋건 마음만은 제발 받아달라는

구질구질한 말들은 이제 하고 싶지도 않다

친구들 만나면 재밌게 잘 놀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chorus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vrs 2

니가 직장을 얻게 된게 오빤 너무나 기뻐

원래 그 회산 이쁜 경리를 좋아한다는데

사진성형 같은 건 생각도 안해 봤지만

니가 채용된건 정말 당연한거라고 봐

부장님이 자꾸 눈길 줘도 신경 쓰지마

원래 너처럼 이쁜 애들은 팔자가 다 그래

오죽하면 부대 앞에 식당에서 오빠가 널 꼬셨겠니?

서울 따라온거 후회는 않지?


특별히 니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밥만 먹어도 느낄 수 있는게 있어

니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반찬을 내가 먹어치우면

웃길것도 없는데 미소가 스쳐 지나가

추석날 너 고향 내려갈 때 줄까하고

선물하나 산 적이 있었어

지갑인데 역 앞에서 오토바이가 채갔다

포장지가 비싸길래 포장 못했던 게 문제였어

안에 편지를 잔뜩 써놨더니

돈이 많이 들어간줄 알고 털었나봐

세탁소에서 빌려 입었던 정장이 어울리기는 했나 보드라

부티가 났나봐.. 별로였나?


가난은 남자를 심각하게 약해지도록 만들지만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은 더욱 나약하다는거 알고는 있지만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chorus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vrs 3

눈이 꽤나 많이 오는 바람에

지난 겨울엔 걷기만 해도 분위기 괜찮았었는데

넌 잠깐 운적이 있었지

먹고살기 위해서만 사는게 이젠 지겹다고

오늘 너한테 술 꼬장만 진탕하고 아무것도 못 내밀고

집으로 돌아올래니까 니 생각이 또 난다

그치만 우리한테 자유가 없진 않아

우린 잡일하는 기계는 아니야


작년여름 피자집에서 일하고 있을때

배달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날 끌어안고 미친듯이 소리치던 넌 정말 예뻤어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순 없어

남자라면은 누구나 자기 여자에게

사치스러운 아름다움을 주고 싶어해


옥상에서 빨래를 너는 니 옆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 알고 있어도 그래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6. 가난한 사랑노래 

   UMC의 첫 앨범 [XS1]에 수록된 이 곡은 지금 내 주위를 있는 그대로,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사랑노래 중 이 노래 보다 현실적인 노래는 없다고 본다.(있다면 추천해 보시길!)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적나라해서 섬뜩할 정도다. 이 노래는 바로 나의 이야기 이며 우리 동네 누나, 동생, 형들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고 내가 비슷하게 겪어왔던 모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춘들이 이런 풍경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건 아니고? 


7. 사랑노래

   지금 당신의 MP3 안에 들어 있는 사랑노래 몇 곡을 뒤져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것. 흔히 듣고 있는 사랑노래 들은 ‘감정’ 을 표현하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대중가요가 정작 대중의 ‘이야기’ 를 담고 있지 않다.

   <가난한 사랑노래>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절절한 현실과 속 마음을 잔인할 정도로 섬세하게 보여 주는 노래는 거의 없다. 지금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랑 노래들은 “그대가 너무 좋아 미치겠어” “그대가 너무 멋있고(혹은 예뻐/섹시/멋져서) 미치겠어” “그대가 없으면 내 삶은 없어(혹은 그러므로 널 갖겠어)” 정도로 요약 할 수 있다. 

   이런 노래들이 전혀 쓰잘데기 없다는 게 아니라 이런 노래들만 있으니 쓰잘데기 가 없다는 거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란 것이 당신과 나의 ‘이야기’이고 서로의 상황과 배경 속에서 끝없이 부딪치고 출렁이는 상호 작용인데 대부분의 사랑노래들엔 ‘이야기’ 도 ‘상황’ 도 ‘상호작용’도 없다. 그냥 격한 감정만 있다. 

   그런데 좀 살아 봐서 알잖은가? 어쭙잖지만, 사랑이란 것이 ‘감정’만으로만 구성 된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이 노래는 더욱 빛나고 이채롭다.


8.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다시 한 번 위의 가사를 묵상 해 보시길 바란다. 나는 이 가사를 천천히 읽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노래의 진정한 킬링라인은 뭐니 뭐니 해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짧은 말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생략을 담고 있다. 비루하고, 어쩌면 찌질 하기도 하고 뭐 하나 제대로 정해 진 것 없는 쓰나미 앞에 촛불 같은 주인공의 상황을 단칼에 정리하는 말이다. 노래의 주인공은 왜 생일을 연인과 함께 보낼 수 없었을까? 야근 때문일 수도 있고 쓸데없는 자존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내 생일, 혹은 연인(친구)의 생일에 야근을 해야 하는가? 왜 세상은 우리에게 쓸데없는 자존심을 가지게 만드는가? 왜 세상은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혼을 비참하게 만드는가? 이유를 알려 하지는 말자. 단지 질문을 던지자. 예술의 기능중 하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고 세상 모든 행동의 시작은 질문으로부터 출발하니까.


8′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오늘은 니 생일 이잖아” 같은 말이지만 다른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부모님과 내 주위에 나를 아끼던 어른들도 내게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평소에 잘 놀아주지 못하고, 갖고 싶은 것 다 사주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 다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안쓰러움. 또 해주지 못하는(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질책들. 그 수많은 생략들을 오직 생일날엔 속 시원히 말씀 하셨던 것 같다.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하고. 

마치 창조주가 인간에게 이야기 하듯.



(퍼가기 허용이 안돼 아쉽지만, 꼭 클릭해서 보시길 권합니다. 제 생각엔 원곡보다 이 라이브 버전이 더 좋군요.)


_거의편집장_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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