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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8 피가 모자라??
  2. 2013.07.17 [놀다가 음악] 아직 20세기 소년
  3. 2013.05.10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피가 모자라??

4호 - 4 2013. 8. 28. 14:10 |

0.
   아직도 피가 모자라?? 그게 헌혈로 해결 되는 문제야??

 

1. <Sunday Bloody Sunday> - U2  / [ war ] 1983년

 


   아직도 선명하다. 기관총 소리가 났었다. 앨범 재킷도 아주 인상적이지만, 앨범의 첫 곡 <Sunday Bloody Sunday>의 인트로 드럼 소리는 나에겐 기관총 소리처럼 들렸다. 샷건을 장전하고 쏴대는 소리. 고1때 였던 것으로 기억 하는데, 교회 후배에게 카세트테이프로 빌려 들은 ‘U2’의 [war] 앨범은 나에게 진정 충격이었다.

   시간을 조금 돌려 보면 지금이야 어이가 없어 웃고 넘길 이야기지만, 90년대 초중반에 소위 기독교 문화서적이라고 들고 나왔던 서적들에서 ‘U2’는 ‘사탄 밴드’ ‘적 그리스도’ 밴드였다. 그 이유는 ‘U2’가 ‘폭격기 이름’이기 때문이란다.(당연히 말이 안 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Sunday Bloody Sunday>의 노래 제목도 한 몫 거들지 않았나 싶다. ‘피의 주일’ 이라니!! 믿음 없게 시리!! 하지만 이젠 세계가 다 안다. ‘U2’는 가끔 보면 록 밴드가 아니라 완전 NGO 아닌가!!!! 하긴 우리나라 어딘가엔 아직도‘U2’를 사탄의 밴드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좀 더 시간을 돌리자. 1972년 1월 30일. 나는 태어나기도 전이다. 북 아일랜드 ‘데리’라는 곳에서 시민권 운동 중이던 비무장 가톨릭교도에게 영국군이 발포하여 14명의 사망자와 13명의 중상자를 낸 유혈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사건이라 부르는데, 현대 북아일랜드 분쟁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중 하나로 IRA의 재무장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 알려져 있다. 그들의 여러 가지 복잡한 역사적, 지역적 맥락이 있겠지만, 이 사건만 단순하게 놓고 볼 때 군대가 비무장 시민에게 총을 쏜 것을 용납할 사회는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것을 용납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1980년 5월 18일 광주 말이다.
   ‘U2’의<Sunday Bloody Sunday>는 1972년 1월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을 노래한 곡이다. 하지만 ‘피의 일요일’ 사건은 1972년 그날 이후 끝이 났을까? 8년 뒤에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났으며,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노래는 1972년의 희생자를 위한 노래인 동시에, 지금 현재 우리의 노래이기도 하다. 

 

<Sunday, Bloody Sunday> - U2

I can’t believe the news today
Oh, I can’t close my eyes
And make it go away
How long...
How long must we sing this song
How long, how long...
cause tonight...we can be as one Tonight...

Broken bottles under children’s feet
Bodies strewn across the dead end street
But I won’t heed the battle call
It puts my back up
Puts my back up against the wall

Sunday, Bloody Sunday (X3)
And the battle’s just begun
There’s many lost, but tell me who has won

The trench is dug within our hearts
And mothers, children, brothers, sisters Torn apart
Sunday, Bloody Sunday (X2)

How long...
How long must we sing this song
How long, how long...
cause tonight...we can be as one
Tonight...tonight...

Sunday, Bloody Sunday (X2)

Wipe the tears from your eyes
Wipe your tears away
Oh, wipe your tears away
Oh, wipe your tears away  (Sunday, Bloody Sunday)
Oh, wipe your blood shot eyes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X2)

And it’s true we are immune
When fact is fiction and TV reality
And today the millions cry
We eat and drink while tomorrow they die
(Sunday, Bloody Sunday)
The real battle just begun
To claim the victory Jesus won On...

오늘의 그 뉴스가 믿기질 않아요
눈을 감아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언제까지
언제까지 우린 이 노래를 불러야 하나요
언제까지, 언제까지?
오늘밤... 우린 하나로 맺어질 수 있으니까요
오늘밤

아이들의 발아래 깨진 병조각들
막다른 거리 곳곳에 흩어진 시신들
그래도 전 전투신호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게 자꾸만 나를 벽으로 밀어 붙이고 또 밀어 붙일 뿐이죠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그리고 바로 싸움이 시작 되었네요
많은 이들이 죽었죠. 허나 말해봐요, 누가 승자인지?
우리가슴속에 깊이 패인골들
어머니, 아이, 형제, 자매들이 서로 찢어지고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언제까지
언제까지 우린 이 노래를 불러야 하나요.
언제까지, 언제까지?
오늘밤... 우린 하나로 맺어질 수 있으니까요
오늘밤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눈 속에 고인 눈물을 닦아요
눈물을 닦아내요
내가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게요
내가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게요
내가 당신의 충혈된 눈을 닦아줄게요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맞아요, 우린 너무 무감각해 졌어요
사실이 허구가 되고 TV가 현실이 된 지금
오늘도 수백만 명이 울부짖고 있네요
우리는 먹고 마시는데 내일이 오면 그들은 죽겠지요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이에요
예수께서 쟁취했던 승리를 선언할...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일요일, 피로 물든 일요일
(번역 : 이상헌in ‘Deafening street’)
     

2. <피가 모자라> - 달빛요정 역전 만루 홈런 /  [ 전투형 달빛요정 - Prototype A(EP) ] 2010년  

 


   헌혈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공포스러운 점은 대한민국이 정말 으스스한 이유는 검색어 순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포탈의 검색어 1위는 거의 대부분 여자 연예인이 차지 한다. 꼭 1위가 아니더라도 10위 안에 반드시 꼭 여자 연예인은 있다. 그리고 그 여자 연예인이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내용은 거의 똑같다. “OOO, 섹시화보 아찔” “OOO, 치마길이가, 헉!” “OOO, 아슬아슬...” 등등.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온 국민이 여자 연예인 몸매만 보고 사는 것 같다. 여자 연예인 몸매에 감탄 할 수 있다. 좋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클릭 수가 오를 수도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목숨보다, 비관 자살하는 사회적 타살자 들의 목숨보다, 기본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보다, 아닌걸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위보다, 한 뼘도 안 되는 여자 연예인의 치마 길이가 더 화제인건 분명히 비정상인거다. 이것은 내가 특별히 정의로워서 하는 말이 아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서 비정상인거다. 그렇다면 여자연예인을 검색어 1위가 되도록 클릭하고 검색하는 사람들은 단체로 미쳐서 그런 걸까? 아니!!! 나는 다시 묻고 싶다.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 여자연예인이 검색어 1위를 차지할까, 아니면 검색어 안에 있으니까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진 걸까?
   ‘성찰(省察)’이란 말은 왠지 철학 적이고 어려운 말 같지만 뜻은 단순하다. 국어사전에는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라고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게 나온다. 2010년 세상을 떠난 ‘달빛요정 역전 만루 홈런’의 <피가 모자라>는 바로 그 단순하고 명료한 성찰이 담긴 곡이며 이 시대를 정확하면서도 쉽게 ‘통찰(洞察)’한 노래다.

   흡혈귀 같은 세상은 여자연예인의 스커트길이 만도 못한 우리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런데, 이 흡혈귀 같은 세상은 결국 우리 탐욕의 대가다.  영화 ‘설국열차’의 대사 한마디가 떠오른다. 벽이 라고 생각 되었던 저 문을 열고 싶다던. 21세기 한국 대중음악에서 나는 이 곡보다 더 철학적인 곡을 만난 적이 없다. 


<피가 모자라> -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

친구들의 걱정하네 그러다 잡혀간다고
무서운 세상이라고 몸조심해야 한다고
뒤 끝이 장난이 아냐 쩨쩨하고 오만하지
천박한 너의 웃음은 우리들 탐욕의 대가
알아서 꺼져주면 안 되겠지 정녕 이렇게 피를 봐야겠니?

모자라 피가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내 것은 아니길
난 비겁해 너와 똑같아 숨어서 이렇게 노래만 부르네
난 비겁해

더워서 나가기 싫어 오래 서 있기도 싫어
하지만 책임져야지 추악한 욕망의 대가
그만큼 해 먹었으면 안 되겠니 정녕 이렇게 피를 봐야겠니?
모자라 피가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내 것은 아니길
난 비겁해 너와 똑같아 숨어서 이렇게 노래만 부르네

난 비겁했어 어제까진 하지만 이젠 하지만 이젠
물러서지 않겠어 물러서지 않겠어 두 번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모자라 피는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우리의 것이 아니길 

 

3. 노래를 찾는 사람들 - <광야에서> / [2집] 1989년

 


   군대 있을 때, 소위 운동권 출신으로 추정되는 선임이 있었다. 그 선임은 군종병 이었는데, 어느 날 종교행사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 그 선임이 이런 말을 한 적있다.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과 소위 운동권에서 부르는 ‘민중가요’는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고. 그러니까 찬양을 부르며 은혜를 받는 마음과 민중가요를 부르며 피가 끓는 감정이 매우 유사하다는 말이었다. 그때는 이 말을 이해 못했는데 몇 년 후 곧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있었다. 나도 촛불집회에 나갔었는데, 그곳에서 <광야에서>를 부르며 행진을 했었다. 수많은 민중들이 같은 노래를 부르며 같은 곳을 향해 행진 하는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그때 느꼈다. 찬양 부르며 은혜 받는 것과 민중가요를 부르며 피가 끊는 느낌은 완전히 똑같다는 걸.

   이곡은 꼭 시위나, 정치와 연결하지 않더라도 듣고 있으면 피가 끓는 뭔가가 있다. 가사가 촌스럽다 말할지 모르겠지만 요즘 가요 들으며 피가 끓지는 않지 않나? ‘이름이 뭐예요, 전화번호 뭐예요’ 들으며 피가 끓는 것도 웃기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에 수록된 곡이지만 이 곡은 워낙 유명해서 여러 가수 들이 많이 불렀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도 물론 부르고 ‘김광석’ ‘안치환’ 님도 심지어 ‘기쁨의 교회 문화사역팀’에서 부른 버전도 있더라.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안치환’님의 버전이 제일 멋진 것 같다. 안치환님의 목소리와 이 노래는 정말 완벽한 조합이라 생각한다. 피 끓는 노래에 피 끓는 목소리.

   요즘은 왜 이런 피 끓는 노래들이 없을까? 이런 노래들이 정말 안 나오는 걸까? 아, 요즘 틴에이저 분들은 <이름이 뭐예요>를 들으면 피가 끓으시나?

 

0.
   헌혈로 해결 안 되니까 막 죽이고 그러겠지. 근데도 모자라지? 여전히?
   아마, 영원히 그럴걸?

_거의 편집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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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살면서 내 삶을 뜨겁게 달군 음악들이 있어, 표류하지 않고 살았나 싶다.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나는 21세기 음악보다는 20세기 음악이 더 좋다.


1. The Beatles

   어릴적 집에는 고모가 쓰다가 주신 빨간색 라디오가 하나 있었다. 나름 최신형 이어서 테이프도 2개 들어가고 녹음도 되는 카세트라디오 였다. 아버지는 어느 날 길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짝퉁 ‘비틀즈’ 테이프를 하나 사 가지고 오셨는데 그것이 내 인생과 팝송이 만나는 첫 순간이었다. 앞에는 [Revolver]라는 글씨와 함께 멋진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그 커버는 참 멋졌다. 나중에 커서 음악을 많이 들어가며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가 사 오신 비틀즈 테이프는 비틀즈의[Revolver]앨범이 아니라 커버만[Revolver]이고 수록곡은 그냥 히트곡 모음집 이었다. 딱히 집에 들을만한 음악도 없었고 어린 나이에도 나훈아나 김수희는 듣고 싶지 않았나보다. 심심할 때 마다 그냥 틀어놓고 들었는데 듣다보니 좋아졌다. 지금은 비틀즈의 음반을 몇 장 가지고 있지만, 어릴 적 들었던 그 테이프만큼 히트곡이 잘 정리된 앨범은 없었다. 가끔 그립다. 카세트테이프도 그립고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리어카 짝퉁 테이프 사장님들의 모습도 그립다.


2.

  나는 좀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절대 MP3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길거리를 다니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어둠의 경로로 많이 돌아다니는 무손실 음원만을 찾아 듣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음악을 꼭 CD로만 듣는다.[각주:1]    

   왜냐하면 나는 앨범 재킷까지 음악의 일부분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은 음질의 소리를 듣기 위해 좋은 스피커를 사들이는 사람은 또 아니다. 그저 라디오 되고 카세트테이프 하나 들어가는 조그만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다. 물론 좋은 스피커 시스템이 있다면 더 감동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그만 플레이어를 통해 방 안을 넉넉히 채울 정도의 크기로,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들으며, 그 앨범의 재킷을 꺼내 보는 일이 너무도 소중하다. 기다리던 아티스트의 앨범을 앨범가게로 달려가 사고, 재킷을 빨리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잘 뜯어지지도 않는 비닐을 낑낑거리며 뜯을때 그 설렘은 경험 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에게 음악이란 현란한 코드와 허를 찌르는 화성악이 아니라 모든 순간이다. 나는 정말 그 순간을 사랑한다.


3. ‘Skid Row’ [Skid Row] - <I remember you> / 1989

   중2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나가 많은 관계로 일찍이 팝, 록음악들을 접했던 동네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나보고 들어보라며 억지로 헤비메탈/록 앨범들을 빌려 주기도 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던 나는 들었던 척 하고 다시 돌려주곤 했었다. 한번은 그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죽이는 노래’가 하나 있다며 들려 준 곡이 메탈벤드 ‘Skid Row’ 1집 수록곡 <I remember you>였다. 이곡은 내 인생에선 매우 중요한 곡이다. 이 곡 때문에 메탈,록 음악들을 듣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곡을 처음 듣는 순간 내 맘속에선 뭔가가 불타올랐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폭풍이 가슴팍에 전속력으로 와서 꽂힌 기분이었다. 교회용어로 표현하자면 ‘은혜 받았다’ 혹은 ‘성령의 불이 임했다’ 뭐 이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다. 암튼 너무 좋아서 그때부터 메탈, 록 음악을 듣기 시작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음악이 너무 좋을 수도 있는 것이구나!! 너무 좋아 하루 종일 듣고 싶은 노래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구나!!!


   

   ‘Skid Row’는 미국 뉴저지 출신의 메탈밴드이다. 1989년 1집 앨범인 [Skid Row]는 정말 귀에 쫙쫙 달라붙는 좋은 앨범이다. 어느 곡 하나 버릴 곡이 없이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다 좋았다. 특히 좀 시끄럽다 싶으면 나오는 발라드곡인 <18 and Life>, <I Remember You>는 사춘기, 한참 예민했던 내 감성을 후벼 파 놓았다. 요즘은 메탈음악 듣는 분들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만약에, 아주 혹시나 메탈음악에 입문하실 생각 있으시면 이 앨범으로 시작 하시면 되겠다. 메탈음악 입문용 에피타이저 라고나 할까?


4. ‘얼터’ (ALTAR ARTER) 1집 / 1998

   고3때였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때는 각 교회마다 겨울만 되면 ‘문학의 밤’ 행사를 했었다.(문학이라니!!!! 지금 상상 할 수 없는 단어다!!!!) 그때 당시만 해도 문화는  교회에서 이끌어 갔다. 드럼을 뚱땅 거릴 수 있던 곳도 교회였고, 캠코더를 가지고 시덥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곳도 교회였다. 연극, 뮤지컬을 직접 대본도 써가며 만들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교회이기도 했다. 그때 만 해도 교회는 놀이터였고 문화의 요람이었으며, 스스럼없이 누나, 형, 동생을 만나고 연애도 걸어 볼 수 있는 버라이어티한 곳이었다. 그때는 교회가 놀이동산, 오락실 보다 더 재미난 곳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문화적으로 진보적 이었던 건 아니었다. 새파란 것들에게 캠코더와, 드럼, 음향장비를 매년 겨울에 허락 한건 그 새파란 것들에게 문화적 체험과 산교육을 시켜 주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그런 좋은 선생님, 형들도 물론 계셨지만!!) 그것은 단지 ‘선교’를 위한 것이었다. 이건 군대에서 초코파이 주는 것과 똑같은 논리다. 그런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동네 친구들을 전도 할 수 있는 장이 되었기 때문에 어른들이 그때만은 통 크게 허락 한 것이리라! 그리고 각 교회들에서 문학의 밤이 열리는 시기가 봄방학을 전후 하여 진행되니 ‘공부’에 대한 간섭도 약간 느슨할 때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 기간쯤 되면 한동안 안 나오던 친구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새로 교회를 다니게 되는 친구들도 생겨났으니 성과는 있었다고 봐야겠다. 뭐, 서로 win-win 한 거라 치자.

   때는 바야흐로 고3때. 문학의 밤이 열리던 날, 나는 음향을 셋팅 하며 스피커 테스트도 할 겸 CD플레이어에 CCM[각주:2] 명반 ‘얼터(ALTAR ARTER)’ 의 1집을 걸었다. 나온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앨범 이었다. 앨범의 첫 곡<intro>가 ‘괴성’으로 시작하는지라 1분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꺼야 했다. 준비를 지켜보시던 전도사님이 한마디 하셨기 때문이다. “시끄럽다. 가요 듣지 마라, 빨리 꺼라”   


  

 ‘얼터(ALTAR ARTER)’는 1998년 첫 앨범을 내고 본격적으로 CCM에서 활동을 시작 했다. 당시 CCM 가수들과 다르게 이 밴드는 홍대에서 공연을 계속해 오던 실력 있는 팀이었다. 1집 앨범이 98년에 나온 앨범이니 벌써 나온지 15년 정도 돼가는 앨범이다. 하지만 지금 들어도 이 앨범은 매우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록밴드이면서 펑키(펑크말고!!)[각주:3]한 사운드를 많이 내던 팀이었다. 사운드도 좋았지만, 가사도 매우 훌륭한 곡들이 많다. 단순히 좋은 말만 늘어놓는 찬양[각주:4]이 아니라 신앙과 삶, 사회를 관찰하고 묵상한 곡들이 앨범을 두루 채우고 있다. ‘얼터’는 현재 활동을 안 하고 있는 상태이고 1집과 2집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다.(유투부에서도 거의 찾을 수 없다.) 다행히 1집의 대부분의 곡들을 리마스터링 하고 신곡을 추가해 2002년 발매한 [Re FEEL] 앨범은 갓피플닷컴(http://mall.godpeople.com/)에서 구할 수 있으니(9,000원 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건 공짜나 다름없다!!!) 꼭 구해서 들어 보시길 추천한다. 언제 절판될지 모른다.


   음악의 취향을 떠나서 음악은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록음악을 매우 좋아 하지만 록 음악 만이 최고의 음악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거의 듣지는 않지만 트롯트나 클래식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런데 CCM은 그러질 못했다. 교회에서 록 음악 은 오랜시간동안 사탄의 음악이었고 90년도 중반부터 잠깐 CCM의 중흥기를 맞아 CCM에서도 록 밴드들이 등장하기 시작 했지만 천대 받았다. 사람들이(교인들이)별로 좋아 하지 않았다. 교회에서도 그들은(집회, 행사에) 불러 주지 않았다.(교인들이 싫어하니 당연히 부를 수 없었겠지...) 그렇다고 사람들이 음반을 많이 사 주었던 것도 아니고....... 언젠가 CCM에 대해서 정리해볼 생각이지만, CCM은 참 생각 할수록 답답하고 안타깝다. 할 말이 많지만 이글의 주제는 아니므로 이만 줄인다.


5. Cowboy Bebop OST1 / 1998 

   지금 정말 많이 변했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아직 만화일 뿐이다. 옛날처럼 불량문화로 까지 대접 받는 건 아니지만, 만화책을 일반 책들보다 저급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의기는 아직도 남아있다. 나 같은 인간이야 만화책을 보면서도 독서라고 생각하지만 안 그런 사람도 꽤 많으니까.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만화영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은 많고 많다. 


   일반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만화 좀(에니메이션 포함해서)본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명작 중에 명작으로 추앙받는 시리즈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카우보이 비밥’이다. 1998년~ 1999년 까지 총 26화에 걸쳐 방영된 에니메이션 시리즈로 2071년 미래를 배경으로, 우주에서 현상수배범들을 잡는 카우보이들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다. 이 작품은 분위기가 묘하다. 애수에 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비장해 보이기도 하고, 그냥 재미삼아 가볍게 봐 넘기기 힘든 진한 여운이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쩌면 만화보다는 OST가 더 유명 할지도 모르겠다. 만화는  안봤어도 OST는 한 번씩 다 들어 봤을 거다. 언제 들어봤냐고??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CF나 라디오 방송에서 많이 들려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메인 테마곡 <Tank!>와 <Waltz for ZIZI> 라는 곡은 들어보면 “아~~ 이 노래~~!” 할 만큼 익숙한 곡이다. 



   좋은 곡들이 많은 앨범이지만 그중에서도 메인테마곡 <Tank!>가 흐르는 오프닝을 꼭 찾아서 보시기를 추천한다.(찾아보니 유투브에 1회를 누가 올려 놓았더라.) 지금 봐도 ‘카우보이 비밥’의 오프닝은 ‘007 제임스본드’ 시리즈도 울고 갈만큼 멋지다. 아마 보는 순간  ‘카우보이 비밥’의 매력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 하시길.


0’

   이외에도 살면서 내 삶을 뜨겁게 달군 음악들은 많았다. 음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했고 지금도 선물 받고 있다. 그 덕에 표류하지 않고 요즘도 지내고 있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준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뽀뽀를...

_거의 편집장_



덧 : 

*얼터는 차명진(보컬, 베이스기타)이 2008년 4월경 새로운 맴버구성으로 컴백하기는 했었다. 신곡도 발표하고 공연도 몇 번 했었는데, 주목 받지 못했다.   

* ‘카우보이비밥’ OST의 음악 감독인 Yoko Kanno 는 이 작품이외에도 다수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만들어오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2007년경 많은 곡들에 표절의혹이  터져나와  그동안 이미지에 심한 금이 갔다. 표절의혹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은 찾을 수가 없었다.(내가 못 찾은 건가??) 의혹 이후의 이야기를 아시는 분은 제보 좀 해 주시길.


3호 전체를 보시려면  PDF를 다운 받으세요.

http://noldaga.tistory.com/33


다운 없이 지금 당장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http://issuu.com/noldaga/docs/___________3_______________________


  1. 물론 나도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 LP로도 음악을 듣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약이 좀 많다. 턴테이블도 없을 뿐 더러(요즘엔 저렴하게 나오기도 하더만...) 좁은 집에 커다란 LP를 사 모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내가 처한 환경에선 CD가 최고다. [본문으로]
  2. CCM : 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줄임말로 일반적으로 동시대 적이고 대중적인 기독교 음악을 말한다. 이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다음으로 미룬다. [본문으로]
  3. 펑키와 펑크의 차이를 투박하게 예로 들자면, ‘데이브레이크’가 ‘펑키’ 쪽 ‘노브레인’ ‘크라잉넛’이 펑크 쪽이라 대충 이해하시면 된다. [본문으로]
  4. 나는 정말 묻고 싶다. 요즘 CCM이나 찬양 가사 쓰시는 분들은 정말 묵상하고 쓰시는지 묻고 싶다. 좋은 말만 늘어놓는다고 찬양이 되고 CCM이 되나? [본문으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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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난 원래 매사가 삐딱하여, 생일도 아름답게 안 보인다. 우리 솔직해 지기로 하자. 당신의 생일은 몇 살까지 아름다웠나? 


1. 생일풍경 1

   어릴 때 난 선물보다는 생일 케이크를 더 좋아 했다. 지금이야 흔하게 먹는 케이크 이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케이크는 생일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생일케이크에 나이만큼 초를 꽂고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촛불 끄는 걸 정말 해보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우리 가족이 더 가난해 생일 때도 케이크 한 번 제대로 못 먹었었는데, 어느 날 내 생일에(5~6살 쯤 으로 기억한다) 엄마가 생일 케이크를 사는 것이었다. 밤에 아빠가 오시면 같이 촛불을 끄자고. 나는 정말 잘 참았다. 아빠가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아빠는 오지 않았다. 그때는 그 흔한 핸드폰도 없던 시절, 그냥 기다려야만 했다. 엄마는 화가 났고 나와 동생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내 생일은 저물었다. 아빠는 아주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오셨고 다음날 나는 촛불도 끄지 못한 케이크를 그냥 잘라 먹어야 했다. 케이크가 맛있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2. 생일풍경 2

   생일 케이크에 초가 켜 있고 옆에는 탄산음료수와 과자들. 가운데 생일 맞은 사람이 머리에 고깔모자를 쓰고 서있고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며 사람들이 서 있다. 눈웃음, 혹은 미소, 혹은 이빨을 환히 내보이고 웃으며 양손은 생일 맞은 사람에게로 내민다. 생일 맞은 사람 역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양손을 내밀어 화답한다. 그리고 노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데,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3. 생일 풍경 3

   요즘도 생일 맞은 친구와 함께 케이크를 사들고 술집, 혹은 커피숍으로 가는 일은 흔한 일이다. 십여 년 전. 커피숍이나 술집에서 생일 축하를 할 때면 대한민국 20세기 문화시민으로 가져야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케이크는 최대한 큰 것으로 준비한다.

  (2) 친구들은 최대한 많이 모은다.

  (3) 술집이나 커피숍 카운터에 생일 축하 노래를 신청한다. 단! ‘터보’ 의 생일축하곡 이어야 한다. (하긴 그 당시 알바들은 모두 ‘터보’ 의 생일 축하곡을 틀었다. 그건 센스가 아니라 진리였다.) 

  (4) 노래가 나오면 술집이나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던 대화를 멈추고 박수를 쳐야 한다. (뭐,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있다. 음악이 스피커 찢어져라 터져 나오니......시끄러워 대화를 할 수가 없다.)

  (5)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생일 맞은 사람은 노래가 끝나면 촛불을 끄고 축하를 받으며 생일케이크를 한 조각씩 자른 후 앞 접시에 담아 주위에 가까운 테이블에 최대한 많이 서비스한다. 이때! 알바들에게는 가장 큰 조각 하나를 갖다 주는 걸 절대 잊지 말도록 한다.(이렇게 하면 꽤 높은 확률로 서비스 안주 혹은 메뉴가 나온다.)


4. 관점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혹은 보여준다)’ 라는 말은 얼핏 보면 상하좌우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완전히 객관적인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완전히 객관적’ 이란 것 자체가 하나의 관점이다. ‘있는 그대로’ 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 를 ‘있는 그대로’ 를 보여줄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5. 가난한 사랑노래  

   UMC의 <가난한 사랑노래> 라는 곡이다. 가사를 먼저 보기로 하자. (가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맞춤법을 무시했음.)


vrs 1

잊혀질만하면 나타나

너의 자취 방안을 담배연기와 소주의 쓰디쓴 습기로 가득 채우고는

곧바로 쳐다보지 않고 피곤한 듯 충혈 된 눈으로

나를 외면하는 거부하는 몸짓을

굵은 팔뚝으로 꼭 붙들어놓고 사랑한다고

준비했던 수식어나 농담 같은 것들

결국 모두 잊은 채로 터프한척 딱 한마디


오빠가 생각해 봐도 그런 것 이제 정말 지겨울것 같아

여기서 일하면서 보니까 말이야

샴페인 안에 반지를 넣어둔다거나

아니면 꽃을 만땅 채워놓고 차 트렁크를 열게 하거나

정말로 멋진 방법들이 많고 많던데

꽃을 그렇게 살려면 이 달 방세는 포기야

차는 빌려 쓴대두 방은 빼줘야 되는데

같이 살고야 싶지만 먼저 고백을 멋지게 해야지

그치만 시간이 있을까 싶어

너는 하루에 열 시간

오빠는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하면서 지나가고

한달에 이틀을 쉬는데

누워서 TV를 보던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게 되더라

어쨋건 마음만은 제발 받아달라는

구질구질한 말들은 이제 하고 싶지도 않다

친구들 만나면 재밌게 잘 놀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chorus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vrs 2

니가 직장을 얻게 된게 오빤 너무나 기뻐

원래 그 회산 이쁜 경리를 좋아한다는데

사진성형 같은 건 생각도 안해 봤지만

니가 채용된건 정말 당연한거라고 봐

부장님이 자꾸 눈길 줘도 신경 쓰지마

원래 너처럼 이쁜 애들은 팔자가 다 그래

오죽하면 부대 앞에 식당에서 오빠가 널 꼬셨겠니?

서울 따라온거 후회는 않지?


특별히 니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밥만 먹어도 느낄 수 있는게 있어

니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반찬을 내가 먹어치우면

웃길것도 없는데 미소가 스쳐 지나가

추석날 너 고향 내려갈 때 줄까하고

선물하나 산 적이 있었어

지갑인데 역 앞에서 오토바이가 채갔다

포장지가 비싸길래 포장 못했던 게 문제였어

안에 편지를 잔뜩 써놨더니

돈이 많이 들어간줄 알고 털었나봐

세탁소에서 빌려 입었던 정장이 어울리기는 했나 보드라

부티가 났나봐.. 별로였나?


가난은 남자를 심각하게 약해지도록 만들지만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은 더욱 나약하다는거 알고는 있지만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chorus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vrs 3

눈이 꽤나 많이 오는 바람에

지난 겨울엔 걷기만 해도 분위기 괜찮았었는데

넌 잠깐 운적이 있었지

먹고살기 위해서만 사는게 이젠 지겹다고

오늘 너한테 술 꼬장만 진탕하고 아무것도 못 내밀고

집으로 돌아올래니까 니 생각이 또 난다

그치만 우리한테 자유가 없진 않아

우린 잡일하는 기계는 아니야


작년여름 피자집에서 일하고 있을때

배달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날 끌어안고 미친듯이 소리치던 넌 정말 예뻤어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순 없어

남자라면은 누구나 자기 여자에게

사치스러운 아름다움을 주고 싶어해


옥상에서 빨래를 너는 니 옆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 알고 있어도 그래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6. 가난한 사랑노래 

   UMC의 첫 앨범 [XS1]에 수록된 이 곡은 지금 내 주위를 있는 그대로,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사랑노래 중 이 노래 보다 현실적인 노래는 없다고 본다.(있다면 추천해 보시길!)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적나라해서 섬뜩할 정도다. 이 노래는 바로 나의 이야기 이며 우리 동네 누나, 동생, 형들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고 내가 비슷하게 겪어왔던 모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춘들이 이런 풍경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건 아니고? 


7. 사랑노래

   지금 당신의 MP3 안에 들어 있는 사랑노래 몇 곡을 뒤져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것. 흔히 듣고 있는 사랑노래 들은 ‘감정’ 을 표현하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대중가요가 정작 대중의 ‘이야기’ 를 담고 있지 않다.

   <가난한 사랑노래>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절절한 현실과 속 마음을 잔인할 정도로 섬세하게 보여 주는 노래는 거의 없다. 지금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랑 노래들은 “그대가 너무 좋아 미치겠어” “그대가 너무 멋있고(혹은 예뻐/섹시/멋져서) 미치겠어” “그대가 없으면 내 삶은 없어(혹은 그러므로 널 갖겠어)” 정도로 요약 할 수 있다. 

   이런 노래들이 전혀 쓰잘데기 없다는 게 아니라 이런 노래들만 있으니 쓰잘데기 가 없다는 거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란 것이 당신과 나의 ‘이야기’이고 서로의 상황과 배경 속에서 끝없이 부딪치고 출렁이는 상호 작용인데 대부분의 사랑노래들엔 ‘이야기’ 도 ‘상황’ 도 ‘상호작용’도 없다. 그냥 격한 감정만 있다. 

   그런데 좀 살아 봐서 알잖은가? 어쭙잖지만, 사랑이란 것이 ‘감정’만으로만 구성 된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이 노래는 더욱 빛나고 이채롭다.


8.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다시 한 번 위의 가사를 묵상 해 보시길 바란다. 나는 이 가사를 천천히 읽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노래의 진정한 킬링라인은 뭐니 뭐니 해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짧은 말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생략을 담고 있다. 비루하고, 어쩌면 찌질 하기도 하고 뭐 하나 제대로 정해 진 것 없는 쓰나미 앞에 촛불 같은 주인공의 상황을 단칼에 정리하는 말이다. 노래의 주인공은 왜 생일을 연인과 함께 보낼 수 없었을까? 야근 때문일 수도 있고 쓸데없는 자존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내 생일, 혹은 연인(친구)의 생일에 야근을 해야 하는가? 왜 세상은 우리에게 쓸데없는 자존심을 가지게 만드는가? 왜 세상은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혼을 비참하게 만드는가? 이유를 알려 하지는 말자. 단지 질문을 던지자. 예술의 기능중 하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고 세상 모든 행동의 시작은 질문으로부터 출발하니까.


8′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오늘은 니 생일 이잖아” 같은 말이지만 다른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부모님과 내 주위에 나를 아끼던 어른들도 내게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평소에 잘 놀아주지 못하고, 갖고 싶은 것 다 사주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 다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안쓰러움. 또 해주지 못하는(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질책들. 그 수많은 생략들을 오직 생일날엔 속 시원히 말씀 하셨던 것 같다.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하고. 

마치 창조주가 인간에게 이야기 하듯.



(퍼가기 허용이 안돼 아쉽지만, 꼭 클릭해서 보시길 권합니다. 제 생각엔 원곡보다 이 라이브 버전이 더 좋군요.)


_거의편집장_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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