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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많은 ‘사이’ 가운데 ‘사람과 사람 사이’ 만큼 공사다망한 사이가 또 있을까? 그 ‘사이’ 에 관해 생각나는 몇 곡을 골라 봤다. 내 맘대로.
1. oasis - let there be love
밴드 oasis. 담배 땡기시는게 형님, 맨 앞 선그라스가 아우님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참 많이도 들으면서 자랐던 말이다. 어릴 적 나는 한 살 터울의 동생과 정말 많이 싸웠다. 사춘기 즈음 가서는 서로 거의 말을 안 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때는 솔직히 동생보다 친구들이 더 좋았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된 후부터 급속도로 다시 가까워 졌다. 같이 술 한 잔 하다 보니 그동안 감정들은 눈 녹듯 사라졌다. 요즘은 싸우지 않는다. 뭐, 싸울 일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와 동생의 사이가 ‘친하다’ 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남자이고 내 동생도 남자이다. 나와 내 동생만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형제끼리 ‘친하다’ 고 말하기엔 좀 그렇다. 서로 살갑게 뭘 챙기는 것도 아니고, 서로 결혼하고 밥벌이 하러 다니니까 얼굴보기도 힘들다. 그저 가끔 전화해서 안부나 묻고 가끔 만나서 별 말 없이 소주나 한 잔 하고 그런 사이다. ‘친하다’ 고 말하기 좀 그렇다고 해서 사이가 나쁜 건 또 절대 아니다. 정확하게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친한 관계’ 와 ‘안 좋은 관계’의 사이 어디쯤이 나와 내 동생의 관계다. 이것이 꼭 형제 사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당신은 당당하게 자매, 혹은 남매 관계를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부모님들과의 관계는? 피를 나눈 가족의 사이는 참 미묘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oasis (오아시스)’ 라는 밴드가 있다. 7,000만 장(95년경 한 언론사는 “영국에서는 3가구 중 한 가구 꼴로 오아시스 앨범을 가지고 있다”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이 넘는 앨범을 팔아치우고, 8개의 영국 넘버1 싱글을 가진 슈퍼 록 스타다. 워낙 유명한 밴드
이니 따로 소개 하지 않기로 한다. 그보다 밴드의 주축이 되는 ‘노엘 갤러거’ 와 ‘리암 갤러거’ 형제는 음악적 성취 외에도 형제간의 잦은 다툼과 ‘불화(不和)’ 로 신문을 장식하는 일이 많았다. 2009년 8월경 형인 ‘노엘 갤러거’ 가 “리엄(동생) 과는 하루라도 더 함께 일할 수 없다” 며 밴드를 탈퇴 해 일단 해체가 되었는데(사실, 다시 합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사람 일 이란 게 모르는 거니까 나는 ‘일단’ 이라 표현 하겠다.) 그 해체의 이유에도 형제간 불화의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언론에서 호들갑 떨고, 부풀려진 부분도 있겠지만, 이들 형제의 사이는 별로 좋지 못했던 거 같다. 그래도 91년 결성돼 20년이 가까워 오도록 같이 활동 하면서 서로에게 좀 너그러워 질 만도 한데 그게 참 쉽게 안 되나 보다. 서로 안 맞는 건 하나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본다. 덕분엔 우리는 커다란 록 밴드 하나를 잃었다.(ㅠㅠ ×100)
이 밴드의 노래는 메인 보컬인 리엄 갤러거가 대부분 불렀는데(노엘 갤러거가 부른 곡들도 꽤 있다) 그중 <let there be love>란 곡은 매우 드물게 형제가 같이 불렀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는 건 아니고 앞부분 뒷부분 나누어서 따로 불렀다.가사도 말랑말랑하고 곡 자체도 느리고 조용한 곡이니 록음악 싫어하시는 분들도 좋은 팝송 듣는 샘 치고 시도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노엘의 어록 한 줄을 옮긴다. 부디 모두의 부모, 형제, 자매, 남매님들 사이에 사랑이 있으시길.
“어린 시절부터 나와 리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웠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2. 윤상 - 벽 / 김윤아 - 담
김윤아의 솔로 1집. 초판에는 무려 100페이지가 넘는 에세이집도 포함 돼 있었다. 이 앨범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삽입곡 <봄날은 간다>도 수록되어 있다.
윤상의 1996년작 [Renacimiento].이 앨범에서 <벽> 과 <배반>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윤상의 예전 곡들을 외국가수들이 외국어로 리메이크해 실었다. 익숙한 곡들을 굉장히 새롭게 다가오게 했던 걸작 앨범이라 생각한다.
“Quelques rimes, pour vous dire Je vous aime sans dilemne 미안해, 모르겠어, 무슨 말을 하는지”
-윤상 <벽>-
“우리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내가 하는 말이 당신에게 가닿지 않아요”
-김윤아 <담>-
삶을 살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 ‘벽(담)’을 맞이하게 될 때가 있다.
2008년 6월에는 거의 전 국민이 벽을 맞이해야 했었다. 당시 대통령 이었던 이명박씨가 국민들을 상대로 담을 쌓아 올렸다. 이른바 ‘명박 산성’ 사건이다. 그 사건은 시위하던 사람들을 막기 위한 물리적인 바리케이트 이상의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지금 광화문에 건테이너 박스는 사라졌지만, 그때 쌓은 벽은 아직 허물어 질 줄 모른다.
휴전선도 하나의 거대한 벽이다. 이미 너무 높은 벽이다. 풀기 힘든 숙제이고, 그 숙제는 다음 세대에게 떠 넘겨야 할 것 같다.
이스라엘엔 분리장벽이 있다. 8m 높이의 견고한 콘크리트 벽은 분리 되어선 안 되는 인간성마저 분리시켜 버렸다.
나는 교회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벽을 느끼곤 한다.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하나님의 뜻’ 이 있을 거라는, ‘인간이 알 수 없는 하나님의 깊은 뜻’ 이 있을 거라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벽이다. 모든 문제를 하나님의 뜻으로 돌리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는다. “닥쳐!” 와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야” 라는 말은 결국 같은 말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웃는 얼굴로 “닥쳐!” 라고 말하고 싶다면 한 번 써먹어 보시길 추천한다. 참고로 “기도해 줄게” 라는 말도 효과 적일 것이다.
긍정적인 벽도 있다. 회사의 파티션은 나의 자리, 나의 은밀한 안락을 보호해 주는 아름다운 벽이다. 그런 벽은 높을수록 좋지 않을까?
3. Belle & Sebastian - Im waking up to us
2001년 <I’m waking up to us> 싱글 표지. 표지 자체는 러블리 하다
혹시 이 밴드를 아신다면 음악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물론, 뭐 우연히 알게 됐을 수도 있지만.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이 밴드는 밴드라기 보단 작은 악단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멤버도 일반적인 밴드(주로 3명~5명)보다 많고(2010년 앨범 기준으로 7명) 악기 구성도 트럼펫이나 바이올린 같은 클래식 악기를 적극 활용하는 면도 독특하다 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좀 슬픈 말 이기도 한 <Im waking up to us>란 곡은 이들의 2001년도 싱글앨범에 담긴 곡이다. 2005년에 나온 싱글 모음집 [Push Barman To Open Old Wounds] 앨범에서도 만날 수는 있지만 이 앨범은 품절돼 구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CD로 구하려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 근데, 진짜 좋다!! 이 앨범!!)
이곡은 사연이 좀 있다. 밴드의 멤버인 스튜어트 머독이 연인 사이 ‘였던’ 같은 밴드의 맴버 이소벨 켐벨에게 주는 곡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곡의 내용이 러블리 하지 않다는 것이 반전이다. 이곡은 아마도 헤어지고 나서 이것 저것 정리하는 맘으로 쓴 것 같다. 아니면 헤어지기 거의 직전에 쓰였거나. 그러다 보니 곡 내용이 우울하고 삐딱하다. 찌질함마저 느껴지기도 하고. 대놓고 이렇게 만드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그 마음 존중해 주기로 하자. 솔직한 맘을 노래로 담는다는게 쉬운일은 아닐테니까. 재미있는 건 2002년에 팀을 탈퇴한 이소벨 켐벨은 2004년 자신의 솔로 앨범 [Amorino]를 발표 하는데, 그 앨범 안에는 <Im waking up to us>의 답가인 <Monologue For An Old True Love>가 실려 있다. 참으로 창의적인 남녀가 아닐 수 없다. 사랑에 대한 사후처리와 애도를 이런 식으로 하다니!!!
<Im waking up to us>는 가사가 긴 곡이므로(할 말이 많았나 보다) 곡 중에서 가장 찌질 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좀 옮기며 이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찌질 하긴 한데, 좀 슬프기도 하다.
i need someone to take some joy in something i do
you need a man who’s either rich or losing a screw
you know i love you here’s the irony
you’re going to walk away intact
i think you never liked me anyway
you like yourself and you like
men to kiss your arse
expensive clothes
please stop me there
i think i’m waking up to us (하략)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나만큼 즐거워 해줄 사람을 원하는데
너한텐 부자이거나 어딘가 망가지고 있는 남자가 필요하지
그리고 넌 내가 그런 널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지
그게 아이러니야
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떠나가겠지
어쨌거나 넌 애초부터 날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게 내 생각이거든
네가 좋아하는 건 네 자신 그리고 너한테 아첨 떠는 남자들
그리고 비싼 옷들
부탁인데 거기까지만!
나 이제 우리 관계가 어떤 거였는지 서서히 깨닫는 거 같아.
(하략) 번역 : 성문영
_거의 편집장_
사진출처 : http://www.oasisinet.com/
http://www.belleandsebastian.com/
참고한 자료 : oasis, belle and sebastian 앨범들 속 해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