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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1 [여는 글] 왜 아직 회사니?

   집에서 키우는 화초(천냥금) 하나가 있는데, 제법 자라 분갈이를 해줘야 해서 동네 뒷산으로 갔다. 삽이 없어서 주위에 돌로 조금씩 파내어 화분에 흙을 채우면서 어릴 때 생각이 났다.  


   내가 어릴 때는 노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돈도 들지 않는 일 이었다. 군것질을 할 때나 돈이 좀 필요 했지, 놀기 위해 돈을 쓰는 일은 별로 없었다. 동네 뒷산이, 학교 운동장이, 밤나무가, 잠자리가, 사방 천지에 깔린 흙과 돌과 나무가 모두 나와 내 친구들의 장난감이었다. 그때는 그냥 동네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때는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심심한 것 자체도 나름 괜찮았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 그때는 노는데 꼭 친구들이 필요했다. 이건 시골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에서도 그랬다.


   노는데 돈이 필요 할까?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요즘엔 돈이 없으면 놀기 힘들다. 아니, 돈이 없으면 놀기가 힘든 게 아니라 돈 없이 노는 방법을 까먹었다. 엔터테인먼트를 사면서 판타스틱하게 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지 노는 기분을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각주:1] 나이가 드니까, 남들이 ‘어른’이라 불러주는 나이가 되니까 방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 때에도 왠지 쫓기는 마음, 스스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니까 논다는 것이 굉장히 무책임한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동무들아, 형, 누나, 아우야.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무얼 위해서? 또 도대체 언제를 위해서?


   오늘은 매우 더운 날 이었다. 나는 걷기도 힘든데 깔깔 거리며 뛰어 다니는 동네 꼬마 들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와 동시에,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대기업 다니는 후배의 얼굴도 떠올랐다. 지금은 밤 10시 28분 그 후배는 집에 들어 왔을까?


   나는 덜 벌고 더 노는 세상을 꿈꾼다. 여기서 덜 번다는 뜻은 무소유로 살겠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그저, 이루지도 못할 욕망을 이루기 위해 일하는 기계처럼 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니까 야근 안하고 ‘칼 퇴근’해서 저녁에 빈둥거리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좋은 사회인거다. 심심해 죽겠는 세상이 사실 좋은 사회 인거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2013. 7월 3일 

_거의 편집장_ 

   


  1. 엔터테이먼트를~(중략)~아닐까 : 누가 한 말인지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어디선가 이런 생각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순수하게 내 생각은 아님을 밝힌다. [본문으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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